“새로운 공간을 찾다가, 결국 익숙한 곳으로 향했다.”
퇴근길에 지도를 열고 한참 동안 새로운 곳을 찾았다. 저장해 둔 목록도 있었고, 가 보고 싶던 동네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발걸음은 몇 번이나 갔던 곳으로 향했다. 메뉴판을 보지 않아도 무엇을 주문할지 알고, 어느 자리에 앉을지 이미 정해져 있는 곳으로.
새로운 공간은 매주 생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같은 곳으로 돌아간다. 그 이유가 단지 익숙해서, 혹은 귀찮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선택하는 날
새로운 공간에 가는 일에는 작은 긴장이 따른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얼마나 머물러도 되는지, 이곳의 분위기에 내가 어울리는지를 계속 가늠하게 된다. 그 탐색 자체가 즐거운 날도 있지만, 어떤 날에는 그럴 여력이 없다.
익숙한 공간은 그 탐색을 건너뛰게 해 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몸이 먼저 공간의 규칙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공간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 지친 날 익숙한 곳을 찾는 것은 새로움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하나 덜어 내는 일에 가깝다.
공간에도 관계가 생긴다
자주 가는 곳이 생기면 공간과 나 사이에도 관계 비슷한 것이 생긴다. 연남의 턴다운서비스를 7년째 운영하는 사람은 바쁜 날에도 잠깐 들러 포장이라도 해 가는 손님들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숫기가 없어 먼저 말을 걸지는 못해도, 자주 오는 얼굴들을 속으로 늘 반가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망원의 다시점 곳곳에는 그날의 마음을 남기는 방명록이 있다. 한 방문자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버지와 캠핑을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는 글을 남기고 갔다. 그리고 얼마 뒤, 아버지와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았다고 한다.

다시 찾는 공간은 결국 나를 기억해 주는 공간이다.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지난번의 내가 남긴 흔적이 그곳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감각.
우리가 같은 문을 다시 여는 이유는 아마 그 감각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