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에도 아무 공간에나 들어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기준으로 연남의 공간 세 곳을 골랐습니다.
“혼자 있기 좋은 공간은 혼자여야만 하는 공간과는 다르다.”
이번 큐레이션의 기준
혼자 앉아도 주변의 시선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 머무는 이유가 음료 한 잔에서 끝나지 않을 것. 음악이든 책이든 공간 그 자체든, 오래 앉아 있을 이유가 하나쯤 있을 것. 그리고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닐 것.
북눅 연남은 머무는 동안 한 팀에게만 공간을 내어 줍니다. 혼자 방문한 사람은 그 시간 동안 이 서재 전체를 혼자 쓰게 되는 셈입니다. 무언가를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한동안 한 자리에 머무는 방식이 자연스럽습니다.
꼭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 이곳의 원칙입니다. 창가에 앉아 멍하니 있거나, 노트를 펼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두어도 됩니다.

턴다운서비스에서는 음악이 공간의 중심에 있습니다. 벽을 채운 LP에서 고른 음악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비어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화 대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무를 이유가 됩니다.
좌석이 많지 않아 시간제한이 있고, 주말의 연남동답게 떠들썩한 날도 있습니다. 혼자 조용히 머물고 싶다면 주말보다 평일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내면의 발견은 1층의 한 부분을 테이블 대신 비워 두고,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물로 나누었습니다. 더 많은 자리를 놓을 수 있었지만, 공간의 이야기를 말로만 전하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창밖의 나무를 마주하는 긴 책상도 혼자 오기 좋은 자리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만이라도 잠깐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이곳이 방문자에게 바라는 시간은 그 정도로 소박합니다.

세 곳 모두 혼자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은 아닙니다. 다만 혼자 온 사람을 어색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이번 큐레이션은 그 공통점 하나로 골랐습니다.



